타인을 필요로 한다.
이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가족을 필요로 한다.
이것은 인간의 이차적 조건이다.
가족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자기를 확장하고자 하는 욕망이다.
이 책은 남편들의 애환을 아내의 눈으로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위로해주고자 하는 산문들이다.
이 작업을 하면서 말도 못하게 힘들었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한국에서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누구나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가족을 짊어진 남편들의 힘든 삶을 한번 들여다보자 했었다. 아는 사람들에게 자기의 삶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얻은 이야기로 한 사람 당 한 꼭지씩 쓰고 사이사이에 내 생각을 담은 독립된 산문을 끼워넣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다. 가장 큰 문제는 산문은 소설과 달리 답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고 대체로 따뜻하고 긍정적인 답을 주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나는 태생이 소설적인 인간이라, 답을 마련하고, 그것을 긍정적인 시각으로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
사람의 삶이란 어떻게도 결론 내릴 수가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산문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작업을 그만두고 싶었다.
그런데 또 그만 두어지지 않았다.
내가 인터뷰한 사람들의 삶에 내가 깊이 개입해버렸기 때문에 빠져나올 수도 없었다. 소설은 개인의 삶이라기보다는 한 개인으로 표징되는 '어떤 삶의 형태'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 소설의 모델이 된 사람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데 산문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들여다본 남편들의 삶에 무슨 책임을 진 모양새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내게는 맞지 않는 작업이라는 것을 확인하며, 가슴 아프고, 고통스럽고, 힘든 작업을 마쳤다. 그런데 다 쓰고 보니 또 그렇게 애정이 갈 수가 없었다. 내게 너무 가까운 이들의 삶이고, 곧 나의 삶이 아니던가.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힘겨운 삶의 도정에 놓여있고, 어디론지 죽을 힘을 다해 걷고 있지 않은가.
지은이 방현희는 상당한 수준의 신화적·심리학적 글쓰기, 감각적이고 밀도 놓은 언어, 창의적인 이야기 구성, 삶의 이면을 투시하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이미 그 글쓰기를 인정받아온 소설가. 1964년 까만 닭과 까만 염소를 먹은 어머니가 봄볕이 밝아올 무렵 그녀를 낳았다. 외곬으로 자라던 그녀는 전북대학교 폐쇄병동에서 정신과학 실습 중 비로소 타인과 대화하는 법을 배웠다.
어릴 때의 별명이 ‘책벌레’였다. 화장실 갈 때도 책을 들고 갔고, 밥 먹을 때도 책을 읽으며 먹었다. 소설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건 책 속 세상에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만이 아닌 또 다른 세상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2001년 『동서문학』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2년 제1회 『문학|판』 장편공모에 『달항아리 속 금동물고기』가 당선되었다.『달항아리 속 금동물고기』, 『바빌론 특급 우편』, 『달을 쫓는 스파이』,『네 가지 비밀과 한 가지 거짓말』, 『로스트 인 서울』이라는 소설책을 냈고, 자녀를 키우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깊은 관심이 생겨 『우리 곁에 온 성철 스님』, 『표해록』, 『구운몽』, 『조웅전』과 같은 어린이 책도 썼다.
『너와 나의 삼선슬리퍼』는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만큼 평범한 청소년들이 학교와 가정에서 겪는 갈등을 딛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길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세상의 중력을 극복하며 자신만의 꿈을 꾸는 청소년들에게 힘찬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