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하지 못할 입장은 없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서 당연한 진리처럼 여겨지는 생존법칙이 있다. 약육강식이다. 승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승리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짓밟는 일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긴다. 그리고 이런 사회와 기성세대 틈바구니에서 우리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 
협동보다 경쟁을 더 중요시하면서 우리 아이들은 친구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은 약한 자들의 개소리일 뿐이다. 그러나 무엇 하나 제 손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학교도, 학원도, 심지어 진로까지고 엄마의 몫이고, 아빠의 몫이다. 권력을 가지라고는 하지만 갖고 있는 권력이 없다. 그래서 아이들은 스스로 권력을 갖고자 한다. 약한 자를 남을 밟고 일어서는 것, 그것이 설사 폭력이라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돌멩이》는 우리의 이야기다. 
생활력하고는 인연 없는 남편이 그나마도 죽어버린 후 결손가정이라는 사회적 멍에를 짊어진 채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 두려움 때문에 찐의 여자친구 노릇도 마다하지 않은 건이, 놀림에 돌대가리로 맞장을 뜬 현이, 남자에게서 해방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이혼녀와 독신녀.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차이는 돌멩이일 뿐이다.
가진 것만으로 군림의 지위를 획득한 찐, 주먹을 휘두르고 무리에 속해 있는 것에서 자존감을 찾는 꼬붕들, 그리고 나만 아니면 그만일 뿐이라는 냉소의 우리들……. 이제 돌멩이는 이들에게 무기가 된다.
학교 폭력은 더 이상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철밥통을 지키기 위한 교사들 몸부림은 그저 모른 척하는 것뿐이다. 부모도 제 자식이 맞고 다니지만 않으면 누군가의 머리를 향해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든 벽돌을 내던지든 상관없다. 이들 역시 무언의 돌멩이를 내던지고 있다.
폭압은 그것을 헤쳐 나갈 힘이 없는 이들에게는 심장을 겨눈 칼이 된다. 그들이 그 공포에서 벗어날 방법은 적어도 현실에서는 없다. 사회도, 학교도, 부모도, 친구도 등을 돌린 상태에서 그 공포와 맞설 용기는 없다. 그렇지만 죽음으로도 그들의 아픔은 현실이 되지 못한다. 사회는 끝까지 잔인할 뿐이다.
《돌멩이》가 외면하고 싶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 김혜진은 강원도 정선 출생으로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어머니의 산>이 당선되며 등단,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다. 그동안 <집의 소리>, <세 여자>, <백설기>, <4번 출구>, <나비 발자국을 찾다>, <환승역에서 길을 묻다>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