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삶

 

여행은 배낭에 무엇을 넣을까 고민하는 순간부터 시작이지만 일상으로 복귀한 후에도 길 위에서의 날들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면 몸이 어디에 있든 여행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여행은 안주 혹은 정주의 반대말이 될 수 없다. 
욕망을 긍정한다고 타락이나 방종을 허락하는 건 아니지만 살면서 행복 대신 일등이나 부자가 되려는 욕심에 눈이 멀어 알게 모르게 상처를 준 일이 얼마나 많았을까. 여행은 그런 나를 반성하게 했다. 고통과 시련은 집 밖을 그리워 한 죄의 대가로 달게 받겠다. 그리고 깊고 따스하고 흔들림 없는 영혼을 만날 때마다 심장이 터질 듯 좋았다는 것에 감사하며 ‘아니오’라고 말해준 모든 이들에게도 같은 인사를 대신하고 싶다. 
‘여행 중에는 여행만 생각하자.’ 
출발은 단순했다. 하지만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았고 날로 걷잡을 수 없는 감정으로 웃음과 눈물샘이 발달한 것도 아울러 감사한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미각을 자극하는 음식과 축제와 박물관을 돌아보는 것만이 여행은 아닐 것이다. 거기엔 의식을 자유롭게 확장시키는 정신적 향유 ‘사색여행’도 존재한다. 어느 여행자는 좋은 여행의 정의를 ‘내 것을 나누어 그들을 아름답게 하는 일’이라 했지만, ‘그들의 좋은 점을 발견 내 삶을 이롭게 하는 것’으로 반대해석을 붙여도 좋겠다. 
인류애를 생각하면 아프리카로, 죽음을 생각하면 인도로 가야 한다는 것도 관념에 불과하다. 어디든 나를 온전히 맡기므로 일체감과 충족감을 동시에 느끼는 내 여행의 멘토는 역시 사람이고 길이다. 
쉿! 이제 입을 닫을 때다. 신(神)이 너무 가까이에 있다. 모두에게 미안하다. 숨어 우는 새처럼 살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더 미안하다.
“내 상상이 번번이 실패하는 일 따윈 두렵지 않다. 아직도 여행을 생각하면 가슴이 뛰니까. 그리고 새로운 길에 설 때마다 느낀다. 내 삶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저자 김인자는 아웃사이더였다. 시(詩)를 쓰다가 ‘여자가 뭘?’하는 소리에 발끈, ‘여자는 왜 안 되는데?’하면서 금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고 20년간 100여 개국을 여행했다. 오지를 좋아해 매번 멀고 험한 여정이었으니 이 모두 사람을 탐험하는 일이어서 결국 나는 나를 찾는 모험을 즐겼던 것. 학교나 문단은 자발적 중퇴를 거듭했으나 가족과 친구는 굳건히 지켰다. 길은 시(詩)나 부(富) 명예보다 중요한 것이 많다는 걸 가르쳐 주었고, 여자라서 더 잘 할 수 있다는 걸 온몸으로 학습했다. 자유와 사랑도 길 위에서 만끽했다. 작아도 너무 작아 설명 불가한 존재가 나라는 것 역시 길에서 깨달았다. 삶이 본시 유량이니 내가 좋아하는 세상의 오지 또한 정주하는 곳이 아니라 지나가는 곳이란 걸 잘 아는 나는 강원도 삼척의 조그만 어촌에서 선주(船主)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했으며, 현대시학 ‘시를 찾아서‘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시집 : 『겨울 판화』. 『나는 열고 싶다』. 『상어 떼와 놀던 어린 시절』. 『슬픈 농담』, 산문집 : 『그대, 마르지 않는 사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 『대관령에 오시려거든』. 여행서 : 『마음의 고향을 찾아가는 여행, 포구』 『걸어서 히말라야』 『풍경 속을 걷는 즐거움, 명상산책』. 『아프리카 트럭여행』 『남해기행』 『사색기행』 『나는 캠퍼밴 타고 뉴질랜드 여행한다』 『뉴질랜드에서 온 러브레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