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간판과 그 안에 있는 타이포그래피는 도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다. 간판은 도시의 거리를 아름답게 하거나 미관을 해칠 수도 있다. 간판은 즐겁게 보일 수도 있고, 매력적일 수도 있으며, 영감을 주거나 불쾌감을 줄 수 있다. 간판속의 내용은 위안을 주거나 불안감을 줄 수도 있고, 신성하기도 하며 세속적이기도 하다.
간판은 주목받기를 간절히 요구한다. 대부분의 간판은 친밀한 친구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직접 이야기한다. 어떤 간판은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이야기하고, 어떤 간판은 색을 사치스럽게 탕진한 화가 앙리 마티스처럼 이야기하고, 어떤 간판은 인정 없는 컴퓨터의 플로터에서 출력된 서체로 이야기하고, 어떤 간판은 네온사인의 점멸로 말을 반복한다.
이 책은 단순한 사진 결과물이다. 어떤 사진은 70년대의 문화가 그대로 정체되어 있고, 어떤 사진은 한 시대의 문화가 간판에 화석처럼 남아있다. 어떤 것은 유물처럼 보관되어 있고, 어떤 것은 금방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책을 보고 난 후 간판과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록으로 남긴다. 더 많은 사람이 간판을 이해하게 될 때, 더 수준 높은 간판을 요구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됨으로써 우리를 감싸고 있는 공간과 도시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간판을 보게 될 것이다.
저자 김준영[金峻永]은 작가 겸 디자이너.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서울에 있는 유수한 옥외 광고회사와 대행사의 디자인실 실장으로 근무했다. 1991년 TOKYO UNIVERSITY OF ART & DESIGN 수료 후 동경에 있는 디자인 회사 「IDD」에서 연수. 그러다가 영화 전체가 네온사인 불빛으로 가득한 프란시스 포드 코플라 감독의 「마음의 저편ONE FROM THE HEART」(1982)을 보고 1994년 라스베이거스로 건너감. 이후 세계여행을 하면서 NEON SIGN CITY LAS VEGAS와 같은 SIGNTOPIA를 꿈꾸고 있다.
현재는 광고 특히 간판에 관한 글을 신문과 월간지에 연재도 하면서 주말이면 급속하게 도시화되면서 사라져 가는 옛날 간판과 시각 이미지를 찾아다니고 있다. 그리고 옥외광고회사 「미디어사인MEDIA SIGN」을 운영하면서 아트디렉트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자신 작품의 표지장정을 직접 디자인을 했으며, 카포스(한국자동차정비협회)의 심벌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펴낸 책으로는 소설 『바람이 전해준 그림』(2003년)과 지구촌 간판들의 다양한 세계를 보여주는 『김준영의 세계간판기행VERNACULAR DESIGN』(2009년)이 있다. 그리고 『아아! 채석강』(2010년)과 각종 신문과 TV에 소개되어 호평을 받은 『간판, 문화를 이야기하다『(2011년)와 『간판 하나로 매상 쑥쑥 올리는 간판마케팅』(2015년)이 있다. 공저로는 『간판의 웃음, 간판의 눈물』(2015년)이 있다.